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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세 토우야 (一ノ瀬 冬夜) | 코미네 료지 (小峰 良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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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구치 토요하루 (溝口 豊治) | 하나무라 사야카 (花村 さやか)
아오키 코마치 (青木 小町) | 타카스 (鷹栖)
이번엔 사쿠마씨가 뒤따라온다.
사이가 안 좋은 둘을 갈라놓기위해 내가 앞선 것 뿐이지만 동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연스럽게 어깨에 힘이들어간다.(등이 펴진다 의역)
2층은 비슷한 문들이 줄지어 있어서 내 방이 어딘지 한순간 헤멨다.
뭐, 이 통일감도 중후한 분위기를 내는 요소 중 하나겠지.
연속되는 것엔 특유의 어떤 기묘함이 있다.
하물며 이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어디를 열어도 다른 공간에 이어져 있을 것 같은 착각에 일어난다.
!?
아니, 한층 더 이상한게 나타났다.
사쿠마씨를 보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채 표정이 굳어져있다.
응! 역시 이건 이 저택에서도 보통일이 아닌가 봐!
언뜻 봐도 가격이나 무게가 상당할 것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장롱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장롱이다……장롱이 걷고 있다.
???「저, 저기……」
어안이 벙벙해 바라보자 장롱 저편에 남자 얼굴이 보였다.
당연히 가구가 멋대로 움직일리 없으니 그 곳에 인간이 있었다고해도 이상하지 않다.
과연 이 장롱이 사람 혼자 힘으로 견딜 수 있는 무게인가를 제외하면 말이다.
???「주, 주인님이십니까……?」
(이 사람 말투는 야쿠자(조폭)나 가라데 선수들 말투입니다. 사투리처럼 제가 표현을 못해 그냥 씁니다.)
토모아키「뭐, 그렇게 된 것 같아……」
???「하……저기! 제, 제가 이런 모습이라 죄송합니다! 인사를……인사……! 아아아, 어떻게 하지……」
눈앞의 남자는 장롱을 안은 채 허둥거렸다. 아마 악수나 인사가 하고싶은 것 같지만 그 바보같이 큰 가구를 내려놓지 않으면 무리다.
토모아키「우선 그걸 바닥에 내려 놓으면 된다고 생각해」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만 할 뿐 장롱을 내려두지 않는다.
나보다 어깨 하나는 넓은 체격의 마초남이 패닉에 빠진 상황.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섣불리 자극하면 그대로 부숴질 수도 있고.
사쿠마「토, 토우도! 당신……당신- 대체 뭘 하고 있는겁니까!」
겨우 정신을 차린 사쿠마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토우도「넷! 가구를 옮기고 있습니다!」
그런건 보면 알아.
속으로 중얼거리며 입다물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왜냐면 무서운 걸.
사쿠마「그런 건 보면 알아요! 제가 물어본 건 왜 그걸 지금 하냔 말입니다! 우선 갖고 있는 걸 내려놓고 진정하세요. 주인님 앞에서 실례입니다」
토우도「네, 넷!」
토우도라 불린 남자는 조금 진정했는지 시키는대로 장롱을 바닥에 내려놨다.
쿵 하고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운반할 수 있는 무게같지 않다……。
장롱에 반쯤 가려져 있던 몸이 드러나자 다시 한 번 육체가 굉장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눈대중으로 봐도 180센치 이상 큰 키에 와이셔츠가 터질 것처럼 빵빵한 근육.
어중간한 근육 트레이닝으론 이렇게 못 된다.
엄청나게 단련하고 있을거다.
사쿠마씨가 말한 격투기 하는 집사는 토우도가 틀림없다.
토우도「처음에 뵙습니다! 토우도라 합니다!」
몸집도 크지만 목소리도 크다.
토모아키「혹시 너도 집사야?」
토우도「넵! 열심히할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이것도 집사구나. 모두 개성이 강하다.
싫증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사쿠마「어흠!」
토우도「사, 사쿠마씨……저는 그……」
사쿠마씨의 헛기침에 작아지는 토우도. 보기완 다르게 기가 약한 것 같다.
그렇지만 말없이 노려보는 사쿠마씨 얼굴을 보면 무리도 아니다.
언뜻보면 온화한 얼굴이지만 싸늘한 눈이 안경 안쪽에서 희번뜩인다.
나도 모르게 기가 죽는다.
사쿠마「……그 장롱은 안쪽 창고에 있던 거죠? 왜 꺼낸 겁니까?」
토우도「네, 저- 새로운 주인님 취향에 따라 방 인테리어를 바꿀지도 모른다고 사쿠마씨 전에 말하셨었죠. 작은거라면 가구를 재배치할 수 있다고……」
토우도「그런데 창 밖으로 주인님 같은 분이 오신 것 같아서……저는 바로 창고를 확인하러 갔습니다. 하, 하지만 이 옷장을 치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서둘러 바깥 창고로 옮기려고……」
사쿠마「……확실히 그렇게 말했어요. 말했지만 주인님에게 인사하는 것보다 먼저해야 하는건 아닙니다!」
토우도「미, 미안합니닷!!」
사쿠미씨는 때에따라 집사들을 관리하는 상사같은 존재인가.
보호자같은 느낌도 들지만.
사쿠마「생각하고 행동 하세요. 재배치 한다고 해도 당일날 하지는 않습니다. 주인님이 도착한 직후인데 쉬실 방을 없앨 작정입니까?」
토우도「아, 그렇네요……제가 잘못했습니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토우도.
큰 몸을 움츠리고 고개 숙이는 모습이 마치 야단맞는 아이같다.
잘 해보려 한 거라면 잘못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것도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닌 나 때문이라면 더더욱 토우도를 감싸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토모아키「아니, 난 개의치 마. 마음은 굉장히 고맙고」
토우도「주, 주인님! 감사합니다!」
사쿠마「감사합니다. 상냥하시군요」
내 한마디에 일일히 분위기가 변하는 건 왠지 쑥스럽다.
이런 반응엔 당분간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다.
토모아키「하지만 가구 재배치할 필요는 없어. 그 방 정말 멋있으니까 아까워」
토우도「그, 그렇습니까?」
사쿠마「주인님의 너그러운 처사에 감사드립니다.……일단 이렇게 큰 물건을 복도에 놓아둬선 통행에 방해가 됩니다. 원래 자리에 돌려두세요」
토우도「알겠습니다. 미안합니다」
토우도는 가볍게 인사하곤 장롱을 번쩍 들어 조금의 비틀거림 없이 복도 저 편으로 갔다.
끝이 안보이는 괴력의 소유자다.
사쿠마「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정말……이렇게 먼지를 날리고……」
토모아키「아! 그럼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내가 청소할게. 봐, 지금은 내 집이기도 하고」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닷!!」
갑작스런 고함 소리에 무슨 일인가싶어 뒤돌아 봤다.
토모아키「에, 에엣!? 미, 미안해?」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를 소년의 박력에 나도 모르게 사과했다.
청소 도구를 가지고 있는 걸 보니 그도 이 저택 사용인인 것 같다.
토모아키「어-그러니까……너는?」
???「으앗, 미안합니다!」
아리사토 카즈마라 소개한 소년은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꾸벅 인사 했다.
젊다는 걸 넘어 어릴 정도다. 애한테 일을 시키다니 조금 문제 있는게 아닐까?
토모아키「너, 학교는 어떻게 하고?」
아리사토「학……! 저, 저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닷!!」
토모아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아리사토「면허도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닷!」
토모아키「……라는 건 18살!? 그렇게 안 보여!!」 (일본은 만나이)
아리사토「너, 너무하세요오……」
아리사토「괘, 괜찮습니다! 아직 키는 클 가능성 있고 그러다보면 사쿠마씨처럼 훌륭한 집사가 됩니다! 그러니까 청소는 제가 합니다! 주인님은 쉬세요!」
토모아키「자, 잘못했어……」
사쿠마「어흠……아리사토. 훌륭한 집사가 되고 싶다면 먼저 주인님에게 말하는 투부터 고치세요」
아리사토「하웃. 주, 주인님, 미안해요……화내지 마세요……」
아까 기세는 어디가고 완전히 풀이 죽어서 쳐진 강아지 귀가 보이는 것 같다.
토모아키「하하하! 그런 얼굴 안해도 돼. 화 안낼게.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아리사토」
아리사토「네!!」
아리사토 표정이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순수하달까 단순하달까. 착하지만 틀림없이 나쁜사람에게 속는 타입이다.
아리사토「그럼 서둘러서 여기 청소하겠습니다! 청소도구 가져올게요오!」
활발히 말하곤 아리사토가 달려갔다.
-인데.
아리사토「으앗!」
위험해!
내 옆을 지나가는 순간 아리사토기 넘어지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손도 뻗지 못한 채 그대로 얼어 버렸다.
토모아키「으앗!?」
갑자기 얼굴에 차가운 무언가 부딪치며 내 머리에 얹어졌다.
축축하고 먼지 냄새가 약하게 난다…….
아리사토「아야아……어라? 걸레는……?」
아리사토「히이이익! 미안해요, 주인님!」
……걸레다.
지금 내 머리에 얹어져있는 건 분명 걸레다.
사쿠마「주, 주인님! 무슨 짓을……!」
아리사토「으아……으아……! 저기……아, 안심하세요! 빤지 얼마 안되서 더럽지 않아요!」
사쿠마「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아리사토「미안합니다 미안해요!!!」
토모아키「괘, 괜찮아. 깜짝 놀란 것 뿐이야」
아리사토「미안합니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토모아키「좀……침착해」
아리사토「지,지,지,지금 걸레 치우겠습니다아!」
먼지 냄새가 난 건 걸레뿐이고 물은 확실히 더럽지 않은 것 같다. 난 결벽증도 아니니까 닦으면 그만이다.
사쿠마「지금 닦을 걸 가져 오겠습니다!」
아리사토「으아아아앙! 미안해요, 주인님!」
토모아키「그렇게 오버하지마……조금 젖은 것 뿐이니까」
아리사토「하지만……하지만……!」
토모아키「봐봐, 윗도리는 방수되는 재질이라 별일 아니니까. 그치? 내가 화내는 것처럼 보여?」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아리사토「……화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상냥한 표정이에요……」
토모아키「그치? 게다가 훌륭한 집사가 되려면 주인님의 앞에선 반듯하게 있어야겠지?」
아리사토「훌쩍……네. 맞습니다」
어린 아이를 대하는 것 같다.
정신 연령이 겉모습이랑 똑같다.
아리사토「죄송했습니다……청소하겠습니다」
아리사토는 고개를 숙이고 수건을 가져온 사쿠마씨와 엇갈려 떠났다.
사쿠마「부디 용서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토모아키「하하. 용서고 자시고 신경안 써」
수건을 받아서 가볍게 머리를 털었다. 물기는 충분히 사라졌다.
윗도리도 어차피 벗을 생각이었으니 아무 문제 없다.
나를 유리세공 대하듯 너무 어려워한다. (종기 대하듯 의역)
그렇다고 코미네씨만큼 부담 없이 대해도 곤란하지만……。
방에 도착했을 뿐인데 엄청나게 체력 소모한 느낌이다.
뭐, 괜찮은가.
좀 소란스러워도 같은 생활만 반복하던 지금까지보단 훨씬 재미있으니까.
나는 윗도리를 벗어 장롱에 걸어두곤 복도로 나갔다.
사쿠마「주인님. 마지막 한명을 인사시켜도 좋을까요? 그 사람으로 이 저택 사용인은 끝입니다」
토모아키「응? 상관없지만……」
사쿠마씨는 조용히 근처 방문을 두드렸다.
사쿠마「미조구치씨, 계십니까?」
미조구치「이런, 이거 이거……」
안에서 나타난 건 그야말로 집사같은 차림을 한 인상 좋아보이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범! 할아범이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약간 버릇없는 아가씨 도련님들이 이런 집사를 할아범이라 부른다. 클리셰)
내가 아는 집사 이미지랑 딱 맞아!
미조구치「혹시 전단지를 보고 오신 분입니까? 자자, 어서 안으로 들어 오십시오. 사쿠마, 당신은 나가봐도 좋습니다」
나이로도 집사 중에서 제일 높은듯 하다.
만약 음모같은 내막이 있다면 이 할아버지가 제일 수상하겠지만……。
미조구치「미조구치 토요하루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잘지내봅시다.」
토모아키「아, 마에다 토모아키입니다」
미조구치씨인가……
처진 눈 때문인지 웃는상인 얼굴에서 따스함이 배어 나와 음모론같은건 일찌감치 사라져버릴듯 하다.
미조구치「우선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사쿠마에게는 어디까지 들으셨습니까?」
토모아키「에, 그러니까……일당 30만원이며 카미시로씨라는 사람 대신 주인님이 되서 한 달을 이 곳에서 보내는거랑, 식사와 오가는건 해주시는걸로하고, 자유롭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것정도인가……?」
미조구치「그럼 이야기는 끝났군요」
토모아키「엣. 이게 전부? 그 밖에는 없는거야? 그, 결정이라든지……」
미조구치「굳이 말하자면 건강을 스스로 해치는 일을 고의로 하지 않는정도입니다. 어떻게든해야 한다면 말리지는 않습니다만……역시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사쿠마씨도 같은 말을 했지. 정말 그저 같이 사는 것만으로 괜찮은가?
미조구치「급료는 매일 지불이 아니라 마지막 날 정산해 지불하는 식입니다. 괜찮습니까?」
토모아키「괜찮아」
최소한으로 가지고있는 돈도 있는데다 이 저택에서 나가지 않으면 내 돈 쓸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상관없다.
미조구치「시간은……그렇네요.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좋으니……3시에. 30일 오후 3시에 종료하는걸로 합시다」
토모아키「알았어」
3, 3, 이라고 기억하면 되겠다.
미조구치「그렇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만……이쪽에 이름등을 써주실 수 있을까요」
미조구치씨는 먹지(NCR지. 뒷장에 같이 글씨 써지는 거)가 달린 용지를 내게 건냈다.
용지라고 해도 기입란이 이름과 생년월일뿐이다.
그 밖엔 아무런 칸도 없고 도장이나 지장 찍을 곳도 없으니 계약서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의아해하는 모습을 눈치챘는지 미조구치씨가 입을 열었다.
미조구치「모시는 분 이름 한자나 나이를 모르는 사용인따윈 없으니 적어도 최소한 정보는 필요하다 생각해 말입니다……」
미조구치「생일을 알면 작은 파티도 생각해볼 수 있고 싫으시면 비워두셔도……」
토모아키「생일은 유감이지만 5개월 정도 뒤야. 자, 글씨 못써서 미안해」
나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쓴 용지를 돌려주었다.
미조구치씨는 용지를 한 번 확인하곤「감사합니다」라며 그것을 소중히 책상 위에 두었다.
미조구치「그럼 도련님」
토모아키「도, 도련님!?」
미조구치「젊으신 편이라 후계자라는 설정입니다. 설정도 중요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사장님이라 부르는게 좋습니까?」
토모아키「……도련님이 좋아. 나도 할아범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미조구치「홋홋홋. 마음대로 불러 주세요」
의외로 유머를 아는 할아버지다.
미조구치「제 주 업무는 주인님 일을 보좌하는 겁니다만 해외에 가신 이유가 사적인 여행을 위해서라 따라 오지마라고 하셔서」
주인님이라는 건 물론 저택 소유자인 카미시로씨를 말하겠지.
집사에겐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을 맡긴 채 자기는 해외 여행이라니 혼자만 좋잖아.
미조구치「저도 나이가 들어서 저택 일은 거의 젊은애들에게 맡겨 버린거에요. 한가로히 도련님을 서포트할까 생각합니다」
토모아키「서포트라고 말해도……」
미조구치「이런 할아버지는 별로 힘이 안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다 할 일이 생기길 바라고 있어요. 지금부터 한달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미조구치씨는 태평하게 웃었다.
다른 집사들의 좋은 점만 모아둔 것 같은 사람이다.
모두 이 사람을 따를 것 같네.
미조구치「그러고보니 도련님」
미조구치씨는 안쪽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미조구치「주인님으로부터 편지를 맡아뒀습니다」
……카미시로씨에게서? 나에게?
나는 편지를 받았다.
미조구치「대리를 세우는 건 주인님 의견이랍니다. 그러니까 와 주신 대리인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전단지는 제 생각입니다만」
미조구치「물론 안은 보지 않았습니다. 자기 방에서 보십겠습니까?」
토모아키「괜찮아, 여기서 볼래」
빈틈없이 접착되있는 접는 곳을 손으로 찢으려 해봐도 여의치않자 보다못한 미조구치씨가 종이칼로 열어 주었다.
새하얀 편지지에 만년필로 쓰여진 것 같은 필기체……
필기체? 영어야 이거?
Lieber……
여, 영어가 아니야!?
……Ich hoffe, ich belaestige dich ni cht…………
읽을 수 없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Ich……이치?
독일어인가!?
미조구치「도, 도련님, 어떻게 된겁니까. 그렇게 떨 만큼 터무니 없는 말이 써 있습니까?」
토모아키「뭐랄까 읽을 수 없어! 맞나모르겠지만 독일어야!」
내가 편지를 돌려주자 미조구치씨는 띵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새가 새총을 먹다의역)
미조구치「푸앗핫핫핫핫핫!」
터진듯 웃기 시작했다.
뭐가 우습지. 이건 보통 못 읽어.
미조구치「주인님도 답지않은 일을 하셨네요. 저에게 첫 입니다. 즉시 도련님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미조구치「이런 편지를 번역하는 것도 제 일이랍니다」
그렇구나, 이해했다.
미조구치씨가 처음 본 말뼈다귀같은 놈에게도 똑같이 대할 수 있을지 없을지 시험이다. 그리고 내가 주인님으로서 집사를 어떻게 부려야 할지 가르쳐주는 그런 조치다.
만약 이걸 읽을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이 왔다면 그건 그거대로 주인님에 어울리고.
쳇. 훌륭한 지식인이 아니라 미안하게 됐네.
토모아키「그럼, 읽어 줄래?」
미조구치「……친애하는 친구에게. 우선, 여기 와준대에 감사한다. 부디 내집이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쉬면 좋겠다」
미조구치「내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신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 아마 당신은 나를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있을 거다. 그러나 친구여. 당신에게 내 전권을 맡기고 싶다」
미조구치씨가 주저하다 다음 문장을 읽었다.
미조구치「……집사에게 어떤 명령을 해도 해고도 당신 마음대로 했으면 한다. 예를들어 저택이 무너져 있다해도 당신이 옳다고 판단해 행동한 거라면 나는 모두 받아들이겠다」
토모아키「하아!? 진짜로 그렇게 써 있어!?」
미조구치「네. 직역은 아니지만 틀림없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제정신인가?
아냐. 이건 맹세다.
재산을 걸고 맹세하니까 믿어달라 하고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해서 다른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있지.
카미시로씨를 여기까지 몰아세운 목적이란 뭐야?
일반인을 잡아두곤 이 정도로 재산이 있으니 몸값을 요구할 것 같지도 않고.
……재산이랑 집사 그 자체?
주인을 섬긴다는 미덕을 위해 한시도 개인적인 시간을 주고 싶지 않다던가?
어느쪽이든 제정신이 아니다.
혹은 집사들에게 계략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카미시로씨가 해외에 있다는 증거도 없다.
들떴던 나 자신을 마음 깊이 반성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여기는 낯선 장소이며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인간 밖에 없다.
백일몽같은 큰 저택. 시중드는 집사들.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사건뿐이라 정신을 뺏겨 경계심을 너무 빨리 풀었다.
이렇게 되면 사쿠마씨가 웃는 얼굴도 코미네씨가 허물없는 태도도 이치노세의 그 초연한 분위기도 아리사토의 순진함조차 왠지 두려워졌다.
토우도의 괴력 따윈 말할 필요도 없다.
뒤숭숭할지도 모른다는 건 각오했으니 남자로서 이제 와 도망가진 않는다.
하지만 긴장감을 가져야 겠어.
미조구치「……아직 더 있습니다」
토모아키「읽어줘」
미조구치「만약 당신이 노인이라면 부디 몸 조심해 주세요. 만약 당신이 여자라면 한층 더 아름다워질 수 있겠지요」
미조구치「만약 당신이 젊은 남자라면 제 상상을 초월하는 사치를 부려 주시길. 만약 당신이 학생이라면 학업을 게을리하지 마시오」
미조구치「나와 당신에게 이 긴 휴가가 최고의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
……미사여구나 늘어놓다니……。
좋아.
그쪽이 그런 마음이라면 꼬리를 잡을 때까지 사기극에 어울려주지.
미조구치「……마지막으로 이 편지를 읽을 수 없을 경우엔 미조구치라는 사람에게 번역시키세요」
토모아키「그걸 독일어로 쓰면 어떻게해에에에에!!!」
미조구치「이 편지 내용은 나중에 아래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겠습니다」
토모아키「독일어는 미조구치씨에게 물어보라고?」
미조구치「도련님이 인사권부터 다른것까지 전권을 장악 하고 있다는 거요. 문제있는 녀석들 뿐이라 좋은 약이 될겁니다. 있는 힘껏 명령해 단련시켜주세요」
토모아키「미조구치씨는?」
미조구치「……노인네에겐 너그럽게 대해주시길 바랍니다」
토모아키「하하. 잘 둘러대네……」
(똑똑)
사쿠마「주인님. 식사 준비가 됐으니 편하실 때 식당에 와주세요」
사쿠마씨 목소리다.
나에겐 꽤 이른 저녁이지만 주방에서 맡은 요리 냄새를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러고보니 아르바이트에서 해고 당하고나서 어수선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오랫만에 패밀리 레스토랑 식사가 아닌 걸 먹을 수 있겠다.
……잠깐.
독이 들어있다던가……。
드라마를 너무 봤나.
뭐, 만약을 위해 누군가에게 독이 있나없나 확인시키면 된다.
나는 곧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주방이 넓으니까 식당도 상당히 넓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건 그 이상이다.
금방이라도 파티가 열릴 수준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마지막 만찬』. 왜 그런 불길한 걸.
코미네「어! 토모짜……」
코미네「주인님. 이쪽 자리로 오세요」
입구에서 제일 먼 상석에 앉았다.
혼자 앉기엔 너무 큰 식탁이다.
토모아키「집사들도 함께 먹는 거야?」
사쿠마「그런, 황송합니다. 저희 식사는 각각 주방이나 자기 방에서 먹게 되어있습니다」
토모아키「여기서 모두 다 같이 먹자」
코미네「엣?」
토모아키「자, 다들 불러. 그……이건 명령!」
첫날이니 내 환영 파티라 생각하고 동석해달라 설득해 저택 사람들을 집합시켰다.
순서대로 나올 예정이었던 요리도 지장 없는 범위에서 다같이 줄서서 마음대로 덜어 먹도록 세팅했다.
확실히 만찬이란 분위기다.
하지만『마지막~』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각자 마음대로 먹으면 독이나 약도 쓸 수 없을거다.
모두 입에 넣을 때까지 상황을 보며 나도 먹기 시작했다.
우선 알록달록한 케이크같은거.
……맛있어!
새콤달콤하달까, 달콤하달까.
이게……뭐지. 테린이라 했던가?
이건……요리이름은 모르겠지만 돼지고기 삶은 거?
……아, 이 향기.
이치노세가 따 온 허브랑 같은 향이 난다.
마, 맛있어!! 진짜 부드러운 고기다!
베어 문 곳부터 풍부한 육즙이 퍼져나와 혀가 녹을 것 같아!
앗, 샐러드에 꽃이 들어가 있네!?
저것도 먹을 수 있는건가? 신경 쓰여……。
저 소스가 뿌려진 고기도 먹고 싶다! 조금 먼데. 누가 건네줬으면……。
아니, 잠깐!
모두 입에 넣는 걸 확인하고 나서……。
……에에잇, 이제 됐어! 나는 먹을거야!
예절을 지킬 여유가 없다. 정신없이 게걸스레 먹어치웠다.
토모아키「한 그릇 더! 그리고 저거랑 저것도!」
코미네「주인님, 진짜 맛있게 드시네요. 굉장히 기뻐요」
(얘가 사투리가 심합니다. 원래 저 우레시이 앞에 스곳쿠가 붙는데 ものごっつ 이게 칸사이벤입니다. 경쾌한(혹은 경박한) 성격도 함께 나타나는거라 표현하고싶은데 제 능력으로 불가능하니 게임 즐기실 때 알아주세요.)
토우도「우물……진짜 맛있군요」
(얘는 중간에 ㅅ받침이 많이 붙는데 엄청 강직한 느낌을 주는 말투입니다. 마찬가지로 성격을 표현하는 거라 번역을 살리고싶은데 불가능하니 게임을 즐기실 때 참고바랍니다.)
아리사토「으아아앙! 토우도씨 너무 담아가세요오! 그거 몇접시째에요―!」
(아리사토는 에요오 같은 느낌으로 말꼬리를 잘늘립니다. 이건 표현이 가능해 생략하지만 해석할 때 까먹을 수도 있으니 게임을 즐기실 때 그런 캐릭터라는 걸 참고바랍니다.)
이치노세「……한 그릇 더」
사쿠마「여러분, 조용히. 주인님께서 차분히 식사 하실 수 없잖습니까」
코미네「무슨 말이에요! 주인님 환영회니까 여기선 팟하고 즐기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지!」
토모아키「응, 괜찮아. 이번엔 예의 안따져도」
미조구치「역시 도련님. 아, 저도 한 그릇 더 먹겠습니다」
사쿠마「…………」
토우도「코미네씨 밥은 언제나 정말 맛있습니다. 아, 그거 덜어갑니다」
아리사토「오늘은 일인분씩 나눠져있지 않으니까 적당히 해주세요오! 주인님 몫이 없어져 버려요―!」 (접시가 각각이 아니니까 의역)
코미네「아-이제-정말, 요리사로서 여한이 없어요―.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 아리사토, 포크 지금 떨어뜨렸어」
이치노세「……한 그릇 더」
이런 떠들썩한 저녁식사가 몇년만인지.
마무리는 물론 약속대로 케이크 한 홀이다.
코미네「장미 열매로 만든 로제·샴페인, 모듬 젤리, 무스·블랑쉐입니다」
제법이네. 좀 다시 봤다.
맛있는 밥은 정말 위험하다.
식사중엔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의심의 싹이 사라져버리니까.
그치만, 맛있었어!
이제 배불러서 못 움직이겠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꾸벅꾸벅 졸음이 덮쳐 왔다.
졸면서 카미시로씨에대해 생각했다.
나는 원하는 대로 주인님 행세를 하며 전력으로 사치 부리려 한다.
당신은 재산을 걸었다.
나에겐 재산도 지위도 없다.
그럼 뭘 걸지?
만약 정말 집사를 해고 하거나 저택을 확 무너뜨리면 급여를 받긴 커녕 최악의 상황에선 목숨이 노려질지 모른다.
그러다면 나는 목숨을 걸었다. 그렇게 해 두자.
나는 이 스릴 속에서 분명히 바뀌리라.
승리도 패배도 없는 게임이지만 서로 최고의 추억으로 하지 않겠냐니.
눈을 찌르는 빛이 너무 눈부셔서 억지로 꿈속에서 끄집어내졌다. 이불을 다시 써도 시야는 하얗고 눈 뒤가 찌릿찌릿 아프다.
……아침이다. 아직 좀 잘 수 있다.……
내가 언제 커텐을 열어놨지?……
이상하네? 이불이 너무 부드럽다.
미조구치「좋은 아침입니다」
토모아키「우와아아앗!?」
내 방에 누가 있어!
아냐, 모르는 방이야!
눈에 비치는 걸 천천히 정리했다.
벽이 멀다. 천정이 높다. 반짝거린다.
2인용 침대……부,부, 붉은 카펫.
모르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미조구치씨.
그래, 그래. 생각났다.
나는 이 곳의 주인님이 됐다.
토모아키「……좋은아침……미안, 너무 비몽사몽해서. 아-……깜짝 놀랐다……」
미조구치「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갑니다만 뭔가 드시겠습니까?」
토모아키「……가볍게 먹고 싶어. 토스트나 우유같은거……아-……세수해야지……」
미조구치「세면장은 아십니까?」
……응-……응-……?
미조구치「도련님, 도련님? 일어나계십니까?」
미조구치씨가 세면장까지 데려가줘서 얼굴에 찬물을 끼얹은 후에야 겨우 머리가 맑아졌다.
자랑은 아니지만 잠드는 건 잘하는데 일어나는 건 못한다.
토스트와 우유를 방까지 옮겨줘서 침대 위에서 덥썩 베어물었다. 메뉴는 평범한데 우아한 느낌.
미조구치「상당히 지치셨나봅니다. 옷 입은 채 주무시고」
저녁식사 후 바로 쓰러진 채 그대로 자 버렸던가.
정오 쯤 일으켜달라고 부탁했던 것과 잠결에 청바지만 벗은게 기억난다.
잘 보니 이불에 엉켜있는 건 청바지뿐 아니라 꾸깃꾸깃해진 잠옷도 있었다.
전혀 몰랐다……침대 위에 준비되 있었나. 나쁜일 했다.
토모아키「잘 먹었습니다」
미조구치「도련님, 오늘 뭐 하실 예정입니까?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말하세요」
토모아키「아니, 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 일이라고해도 내 직업은 학생이고」
미조구치「이런, 학생이셨습니까」
토모아키「응. 일단 대학생. 가는 것은 일주일에 2번이고 동아리도 안해서 마음 편하지만」
미조구치「어느 대학이십니까? 수업은 무슨 요일입니까? 시간은?」
토모아키「리츠오대학교. 수업은 월, 수. 둘 다 일어나는 시간은 이 정도」
미조구치「그렇군요, 파악했습니다. 학업지원도 집사의 의무. 통학은 맡겨 주세요」
별로 상관없는데.
여기 있는 동안 갈 생각 없고.
……잠깐만.
수업은 그렇다쳐도 레포트 잊고 있었다.
한달간이나 한번도 쓰지않고 내버려둘 수는 없다.
노트북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상시에 대비해 휴대폰 충전기도.
토모아키「저, 저기 집에 뭐 두고 왔는데……가지러 가도 될까. 중요한건데」
미조구치「그거 큰 일이군요. 바로 가지러 가세요」
……에? 괜찮아?
이렇게 쉽게 내보내줄줄 몰랐다.
'자유를 뺏지 않는다'는 진짜였나.
미조구치「자동차를 준비시킬까요?」
토모아키「괘, 괜찮아. 전철로 바로니까」
미조구치「그렇습니까. 그럼, 현관까지 배웅하게 해주세요」
미조구치「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조금도 말리지 않고 풀려났다.
정말 내가 돌아온다고 끝까지 믿고 있다.
………………。
토모아키「……미조구치씨」
미조구치「호. 왜그러십니까?」
토모아키「역시, 차 준비시켜줄래?」
(부르릉)
미조구치씨가 모는 검은차(아마 리무진)로 아파트에 도착했다.
내 서투른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조구치씨는 주변 지형에 밝고 운전 기술도 대단했다.
돌아온 김에 냉장고 콘센트를 뽑았다. 어차피 안엔 말라 붙은 양배추 밖에 없다.
나는 가방에 노트북과 여러가지를 담아 방을 나섰다.
아리사토「앗.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짐 받아드리겠습니다!」
토모아키「아니, 괜찮아!」
아리사토「…………」
안엔 전자제품이 있다.
어제처럼 넘어져서 떨어뜨리면 못 참을거다.
미조구치씨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뒀다.
토모아키「살아났어. 노트북 없인 아무것도 못하니까」
미조구치「도움이 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미조구치씨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나를 위해 움직였다. 아주 조금 내가 어떤 입장지 알 것 같다.
미조구치「그럼 도련님, 오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느긋하게 쉬는것부터 시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음대로 해주세요」
알몸집사(나집사)공략(한글번역) ~공통루트~ 1 (0) | 2018.0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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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엔딩 스토리 중)
헌제「주변에 누구 없느냐. 이 자를 내쫓아라」
하나「잠깐, 부탁이야. 얘기를 들어 줘」
헌제「-무례한 놈. 손대지 마라」
하나「……?」
하나「그건 내 핸드폰 줄……!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야?」
헌제「……네가 왜 이 걸 알고 있느냐」
하나「그치만 그 거 내거야. 봐봐, 여기 있던 거야」
헌제「― ―읏! 왜 네가 똑같은 것을 가지고 있느냐. 이건 유품이다. 짐을 목숨 바꿔 구해주신 어마마마의……」
하나「어, 어때-. 울음 그쳐 줄래?」
갓난아기「――……으-. 앙-」
하나「우, 울음 그쳤다……」
하나「이거 마음에 들어? 이건 친구들이랑 커플로 맞춘거야. 소중한 거야」
갓난아기「아」
하나「그렇게 마음에 들면 너한테 빌려 줄게. 잃어버리면 안돼?」
하나「……설마, 그 때 아가?」
하나「사, 살아 있었구나……살아 있어 줬어……」
헌제「……너는 누구냐」
하나「나는 황건적의 난에 연루된 사람이야」
하나「그래서 낙양을 공격했어……」
하나「성 안에서 널 발견해서 안전한 곳까지 데려가려 했는데 도중에 이상한 사람에게 붙잡혀서……」
헌제「……그래서 이번 짐을 죽이러 왔느냐」
하나「아냐. 난 너를 죽일 생각 없어」
헌제「반란군에게 짐은 적이다. 빨리 죽여라. 짐에겐 힘이 없도다」
하나「……왜 그렇게까지 침착한거야? 울지도 화내지도 않고」
헌제「짐은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 감정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느니라」
하나「그럴리 없어」
하나「왜냐면 그 방울소리를 들으면 울음을 멈추고 웃어줬어」
하나(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살아 온 걸까)
하나(그 후에 그 중영이라는 사람에게 주워지고 맹덕씨 쪽으로 와서 쭉 인형처럼……?)
하나「미안……미안해」
헌제「왜 네가 사과하느냐」
하나「모르겠어. 하지만 나도 상관있으니까」
하나「그러니까 미안……확실히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
하나「……난 싸움을 없애기 위해 당신을 맹덕씨 아래에서 데리고 나가려 여기까지 왔어」
하나「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헌제「……왜 짐에게 묻느냐」
하나「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듣고 싶어」
헌제「모르겠다. 생각한 적 따위 없다. 짐의 말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하나「그럼 생각해」
헌제「……」
헌제「……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짐이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나「……」
헌제「결국 자기 신념대로 관철할거라면 짐의 의사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나「말 하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니까 바뀌는 건 있어. 의미는 있어」
헌제「……말하는 것만으로 누군가 죽는다 해도?」
하나(그러고보니 전에 헌제를 도망치게할 계획을 짠 사람은 모두 처형됐다고 했지……)
하나「네 잘못이 아니야」
헌제「……짐은……」
헌제「……이제 이런 곳엔 있고 싶지 않도다」
하나「응.-가자」
하나「자, 손」
헌제「……? 손?」
하나「잡자? 놓치면 큰 일이니까」
헌제「……」
우리는 기다리고 있던 안이씨의 안내를 받아 허도를 벗어났다.
무사히 성문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문약씨가 놓아줬기 때문이겠지.
우리는 안이씨와 다른 청주병 사람들과 함께 장안으로 향했다.
짐칸에서 흔들리며 여행을 계속하는 동안 가족처럼 보이는지 다행스럽게도 검문당하는 일은 없었다.
달리기
하나(허도에서 나온지 벌써 10일이네……)
하나(이대로 아무 일 없이 나아가면 좋겠는데……)
마을 아이「다음은 내 차례!」
마을 아이2「나도 시켜줘―」
헌제「하나, 저건 무얼 하고 있는게냐?」
하나「저 애들? 죽마놀이가 아닐까」
헌제「죽마?」
하나「해본 적 없어?」
헌제「없도다」
하나「끼워달라고 할까?」
헌제「……별로 괜찮도다」
하나「그래?」
하나(신분을 숨기려 이름도 바꿨지만 역시 보통 아이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네)
하나(자라 온 환경 탓이겠지만……)
안이네 딸2「나도 끼워줘-」
안이네 딸「나도―!」
안이「노는 건 좋지만 싸우지 마」
안이네 딸2「알고있어-」
안이네 딸「네-」
하나「나도 끼워달라고 할까」
헌제「……네가 간다면 간다」
하나「정말? 그럼 같이 가자」
하나「애들아 우리도 끼워줘―」
그리고 해가 질 때까지 죽마놀이를 하거나 술래잡기를 하고 놀았다.
하나「잠깐 쉬자」
안이네 딸2「한 줄로 서- 쿄우 늦어」
안이네 딸2「간다- 준비-, 땅!」
하나(이렇게 있으니까 폐하도 아이라는게 실감난다)
하나「……왜 그렇게까지 침착한거야? 울지도 화내지도 않고」
헌제「짐은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 감정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느니라」
하나(좀 더 이렇게 놀 시간이 있었으면 분명 그렇게 인형처럼 안됐을텐데……)
하나「에?」
헌제「달리기 일등이었도다! 못 본것이냐?」
하나「으, 응. 미안. 일등이라니 대단하네! 축하해!」
헌제「다시 한번 달려 온다. 이번엔 분명히 보고 있거라」
하나「응!」
하나(깜짝 놀랐다……그렇게 웃는 얼굴은 처음 봤어)
하나(이제부터라도 좀 더 그렇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끝
삼국연전기 ~추억 되돌리기~ 간단 소개 (0) | 2018.0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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